종로광장 새마을금고 이사장 장재곤입니다.
저는 지난 40년 동안 한결같이 새마을금고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저에게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함께 울고 웃어온 가족 같은 공동체였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회원과 새마을금고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귀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우리 새마을금고는
최근 몇 년 동안 마치 쓰러져 가는 집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상층부는 PF와 건설투자에 몰두했고,
지금은 마치 산불이 휩쓸고 간 들판처럼 황량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PF 업무에 관여했던 동료 몇 사람은
부실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비통함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명예는 짓밟혔고,
너무도 슬퍼서 밤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침묵한 채 새마을금고를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 사명으로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묵묵히 버티고 계신
임직원 여러분, 이사장님들, 그리고 2천만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그렇듯, 가장 어두운 순간에 희망의 불씨는 다시 살아납니다.
첫째, 모든 부실의 책임에서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부실의 원인을 단위금고만의 탓으로 돌리며,
중앙회는 관리비를 꼬박꼬박 받아가는
이런 기울어진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겠습니다.
잘못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저는 그 어떤 책임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새마을금고는 서민경제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평생 서민경제의 현장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우리 임직원 모두가 크고 작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새마을금고는
서민금융의 새로운 중심, 소상공인은행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서민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당당히 해내겠습니다.
셋째, 지역민과의 동행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새마을금고의 출발은 동행의 정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동안 그 길에서 벗어났고,
PF라는 유혹 앞에서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투기와 고리채는 우리의 길이 아닙니다.
우리의 길은 지역과 함께 하는 동행,
밥을 나누고 생업을 함께 하던 그 본래의 길입니다.
특히 쇠퇴하고 소외된 농어촌 지역 금고에 대해
특별한 대책과 지원을 마련하겠습니다.
동행의 정신으로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넷째, 회장은 낮은 자리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회장이 중앙회를 거느리고 단위금고 위에 군림하는 시대는 끝내야 합니다.
연꽃의 뿌리가 흙 속에 있듯이,
리더십도 회원과 평사원보다 더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약속드리는 **‘동행경영’**입니다.
다섯째, 단 하나의 금고도 쓰러지지 않도록 지키겠습니다.
지금 많은 단위금고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단 하나라도 쓰러지게 하지 맙시다.
흩어지는 것은 쉬워도 다시 만드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역 금고들이 연합하고,
중앙회가 힘을 보태고,
정책적 지원까지 끌어낸다면
우리는 반드시 지켜낼 수 있습니다.
저 장재곤이 밑바닥의 보도블록이 되어
모두가 다시 설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들겠습니다.
여섯째, 권력보다 리더십이 먼저입니다.
김인 회장은 과거 박차훈 회장 시절 부회장을 지냈고,
회장 직무대행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수십조가 넘는 PF 대출의 후유증이
현재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대엘리베이트 관련 담보대출 2,300억 원 문제는
우리의 신뢰성에 큰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권력은 강해질 수 있지만
리더십이 흔들리면 조직은 쓸쓸해집니다.
마치 헝클어진 새끼줄이 제자리에서 맴돌 뿐입니다.
저는 지난 시절의 노고를 폄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회전문 같은 리더십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후진들을 위해, 새마을금고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끝으로, 정책결정권자들과 국민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새마을금고는 서민들이 스스로 일군 풀뿌리 금융입니다.
한국 경제의 산업화와 성장 과정에서
그 뿌리를 지탱한 것은 언제나 새마을금고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존재 이유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있습니다.
60년 동안 흙 속에서 다져온 풀뿌리의 힘을결코 잊지 말아주십시오.
- * 자영업자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금융, 새마을금고 말고 또 있습니까?
- * 흔들리는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금융, 새마을금고 말고 또 있습니까?
한국의 소상공인들이 다시 일어서고
서민경제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길에서
새마을금고가 가장 앞에서 깃발을 들고 서야 합니다.
저는 그 길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